15개의 단편을 묶은 Sylvain Tesson의 “Une vie a coucher dehors” 단편집을 “노숙인생”이란 제목을 붙여 번역했는데, 마치 책 표지가 떨어진 채로 읽었더라면 어느 한국 작가의 단편집을 읽고 있는 것이라 생각할 만큼 매끄럽고 깔끔하다.
문장은 짧고 표현은 풍부하다. 마지막엔 거의 반전이 있고, 어쩌면 단편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인을 위한 우화(Fable).
어떤 것은 통렬하고, 다른 것은 충격적이며, 또 다른 작품은 다음으로 넘어가기 앞서 멈춰 생각하게 한다.
단편 “호수”는 40년동안 시베리아 숲속에서 스스로 갇혀 살고 있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이야기인데,
화창한 날이었다. 태양이 산비탈을 비추었다. 피오트르는 수천 번째 일몰을 경건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지켜본 사람들에게만 천국이 허락된다면 그는 자기 자리도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창문을 통해 호수의 달이 보였다. 추위, 침묵, 고독은 현대세계의 세 가지 사치품이다.